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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평화방송 뉴스] [전문]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2024년 부활 메시지
작성자 홍보국 작성일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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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요한 20,1)

알렐루야. 알렐루야!


십자가 위에서 희생되시어 돌무덤에 묻히셨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드리며, 우리에게 빛과 구원을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군종교구민 여러분께 부활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부활하신 주님께서 전해주신 평화의 선물이 분쟁과 전쟁으로 고통받고 상처로 얼룩진 형제자매님들의 마음에도 전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요한 20,2)

안식일 다음 날, 이른 아침. 마리아 막달레나와 몇몇 여인들이 예수님 시신에 향료를 발라 드리려고 무덤에 갔습니다. 용감하고 신심 깊은 여인들은 향유를 예수님 시신에 발라 드림으로 마지막 예를 갖추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무덤을 찾았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인들이 도착했을 때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빈 무덤’을 목격한 여인은 제자들에게 달려가 ‘누군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마리아 막달레나는 안타까움과 슬픔 속에 끊임 없이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이 간절함에 감동되셨을까요? “마리아야!”(요한 20,16)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녀를 부르십니다.

‘빈 무덤’의 목격과 증거는 우리 부활 신앙의 근간입니다. 우리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만약 영영 깨어나지 않으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분의 지상 33년의 삶, 특히 공생활 3년간의 말씀과 행적은 세기의 성현 중 한 분의 것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최종 한계인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예수님은 인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이 증명된 것입니다.

볼 수 있고 증명된 사실에 대해서도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 육신의 죽음 후에 다시 살아나셨다는 부활 신앙은 허황된 주장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가설이 아닌 실재이며, 사실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이 진리를 믿는 이들이며, 증인들입니다.

부활을 살기 위한 ‘줄탁동시(?啄同時)’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죽음을 이기시고 승리하셨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부활하신 주님에 대한 신뢰의 마음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루신 부활을 ‘내가 사는 것’입니다.

‘줄탁동시’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어미 닭은 밖에서 쪼고, 병아리는 안에서 쪼며 서로 협동하여 일을 순조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예수님 부활의 영광과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나 역시도 피나는 영적 노력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영적인 것을 선택해 나가고, 어둠보단 빛으로 나아가고자 힘씀으로써, 현실 속에서 부활을 체험해 나갈 수 있습니다.

“갈릴래아에 계실 때에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지 기억해 보아라.”(루카 24,6)

‘줄탁동시’의 자세로 부활의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천사는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예수님께서는 여러분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여러분은 그분을 거기서 뵙게 될 것이다.’(마태 28,7 참조)라고 제자들에게 전하라고 하였습니다.

‘갈릴래아’는 어떤 곳입니까? 사실 이곳은 이방인들의 지역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곳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갈릴래아 지방의 작은 마을 나자렛에서 30년을 지내셨고, 공생활 3년을 갈릴래아 호수를 근거로 복음을 전파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서 40일간 기도하신 후, 갈릴래아로 나가시어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라고 선포하시며 공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어부로 살아가던 이들을 포함하여 부르심을 받은 열두 명의 제자들과 함께 말씀과 행적으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 조차 없다.”(마태 8,20) 하실 정도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반대자들의 집요한 공격을 받으시며 사명을 수행하신 곳이 ‘갈릴래아’입니다.

그러나 갈릴래아는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가난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예수님과 제자들의 사랑이 싹튼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를 제자들과의 해후의 장소로 정하신 것 같습니다. 스승을 잃고 상심하여 방황하던
제자들 역시 스승님과 함께했던 지난 3년을 회상하며 기쁜 마음으로 갈릴래아를 향해 발길을 옮겼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갈릴래아로 나아갑시다.

여기서 우리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나의 ‘갈릴래아’는 어디입니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자리입니까? 그 갈릴래아에는 누가 있습니까? 예수님의 갈릴래아와 같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이 함께 있습니까?

만일 나의 갈릴래아가 예수님의 갈릴래아와 멀어져 있다면 우리의 발길을 새로이 옮겨야 할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부활의 예수님을 만날 수 있고, 그분의 기쁨과 사랑과 평화를 이웃과 나눌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군종교구민 여러분!

겨울의 맹추위 속에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새 생명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육신의 부패로 악취를 풍기는 무덤이 새 생명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빈 무덤’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라고 말합니다. 부활의 기쁨을 내 것으로 하기 위해 천상 것을 추구하는 신자,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갈릴래아’를 자주 찾는 교우 여러분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다시 한번 부활의 인사를 전하며, 여러분의 가정과 부대에 새 생명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4년 부활절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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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p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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