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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성탄 메시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4)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탄절을 맞이하여, 먼저 국토방위에 수고하는 모든 장병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또한 군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군종사제와 수도자, 군인 가족 그리고 군종교구에 아낌없는 사랑과 후원을 보내시는 신자 여러분들께도 성탄의 은총을 전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성탄절 즈음이면 오래전에 병사로 군 복무를 하던 시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추운 겨울, 군 생활을 하며 성탄절을 맞이했던 느낌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사회와 가정, 특히 신학교 생활로부터 단절되었다는 고립감과 함께, 밖의 친구들은 얼마나 신나게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을까 하는 상상에 울적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더구나 제가 있던 부대에는 성당도, 군종신부님도 안 계셨기에 성탄 밤 미사 참례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 전후방 각지에서 임무 수행 중인 장병들도 당시 신학생이었던 저와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근 2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는 소위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 일종의 우울증, 공허감과 같은 정신적 폐해를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힘들고 암울한 시절에 우리의 희망이신 구세주께서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안에 탄생하십니다. 어둠 속에 ‘빛’으로 우리를 비추시고 기쁨과 생명을 주시려 오늘 이 밤, 믿는 이들 가운데 오셨습니다.



성탄: 육화(肉化)의 신비


예수님의 탄생 사건은 하느님이 인간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신 신비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 예수님의 또다른 이름인 ‘임마누엘’, 즉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마태 1,23)라는 것에서도 육화의 신비가 잘 드러납니다. 보이지 않는 지고의 하느님께서 인간들 가운데 오시고, 그것도 가장 낮은 자리에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탄생하셨습니다. 황금마차를 타고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시며 장엄하게 오실 수도 있었는데 왜 굳이 비천한 곳에, 그것도 ‘작고 약한 자’의 모습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을까요? 이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사랑의 신비’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전철에서 앞을 못 보는 형제님이 개신교 성가를 부르며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성가의 끝 소절 가사가 ‘ … 벌레만도 못한 내가 용서받기 원합니다….’라는 것으로 기억됩니다. 우리 인간을 벌레에 비유한 것에 기분이 상할지 모르지만, 하느님 앞에 인간의 처지는 정말 그렇습니다. 그런 인간을 위해 하느님은 몸소 그 낮은 자리에 우리와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이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요한 복음은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더욱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분의 탄생이 이스라엘의 작은 고을 베들레헴에서, 그리고 가장 누추한 마구간에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탄생의 소식은 광야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해집니다. 당시 목자들은 마을에서 떨어진 들판에서 살면서, 낮에는 풀을 먹이고 밤에는 맹수의 무리로부터 양 떼를 지키던 외로운 이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교회가 왜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가장 먼저 사목적 배려를 가져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오시는 아기 예수님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이처럼 하느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시며 그 사랑의 증표로 당신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 주셨습니다. 이에 우리는 감사와 찬양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감사’의 자세로 자신을 개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앙의 모범을 우리는 성모님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메시아를 잉태하리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전언에 마리아는 잠시 당황하며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곧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시며 믿음의 응답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모찬가(마니피캇)를 통하여 하느님께 감사의 찬양을 드렸습니다.

오늘 우리 안에 탄생하신 예수님은 이제 내 마음 안의 작은 마구간에서도 태어나길 원하십니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시절이기에 혹 성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셨다면, 지금부터라도 내 마음 안에 구유를 준비하여 그 안에 예수님을 모시고 새해를 살아나가심이 어떠신지요? 마치 성모님께서 ‘믿음과 감사’ 안에 예수님을 잉태하고 탄생시키신 것처럼 말입니다.



내 마음속 구유에 성체를 모시는 삶


지난 2년간 코로나19의 시절을 거치면서 우리의 신앙생활도 많이 쇠퇴하였습니다. 각종 종교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실시되면서 우리 신앙공동체의 모습은 주님 육화의 정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피상적이고 개인적인 모습으로 바뀐 면도 없지 않습니다.

이에 저는 우리 군종교구 공동체가 다가오는 2022년 한 해 동안 주님의 육화/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며, ‘믿음과 감사’의 생활로 다시금 발돋움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성체성사’의 신비와 사랑으로 복귀하기를 당부드립니다. 예수님의 몸인 ‘성체’는 우리 신앙의 핵심이며 양보할 수 없는 최상의 영적 가치입니다. ‘성체성사’ 안에 예수님의 탄생과 복음 전파의 삶, 그리고 수난과 죽음과 부활이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신앙인의 삶은 ‘성체성사’를 떼놓고서는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며 마치 동방박사들이 예물을 바쳤던 것처럼 우리도 새해부터는 미사에 빠짐없이 참례하고 정성껏 성체를 모실 것을 영적 예물로 약속드립시다. 그렇게 내 마음 안에 준비된 구유에 성체를 모시고 살아가겠노라고 구유에 누워계신 예수님께 말씀드립시다.

아울러 전 인류를 뒤덮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세가 꺾이고, 대면 미사를 통해 성체를 공경하고 배령하는 새해가 되도록 성모님께도 전구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장병, 군 가족, 수도자, 사제 여러분!

캄캄한 방 안에 전등 스위치를 올리면, 어둠은 자취를 감추고 광명이 가득 차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의 탄생이 우리 모두에게 빛이 되고, 희망과 기쁨이 되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 생명의 빛을 나만, 내 가족만 지닐 것이 아니라, 등경 위에 올려놓아 주위 모든 사람을 비추도록 합시다. 내 주위의 고통 중에 동료, 이웃의 사정을 살피고 함께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 쌓인 시기와 미움, 그리고 냉소와 비관적 생각을 말끔히 씻어 버리고 자신과 이웃을 사랑으로 대하는 새해가 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또한 예수님을 낳아주시고 성체성사와 일치하여 계신 어머니 마리아께 우리를 예수님과 함께 하는 충만한 삶으로 인도해 주십사 전구를 청하도록 합시다.



다시 한번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드리며, 성탄의 축복과 평화가 여러분 개인과 각 가정에 충만히 내리시기를 기도합니다.


2021년 주님 성탄 대축일

교구장사인

2020년 부활 메시지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마태 28,7)




친애하는 군종 사제, 수녀,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부활하심으로써 가져다준 놀랍고도 크나큰 하느님의 축복을 충만히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안식일이 지난 주간 첫날, 사랑하는 주님께서 십자가형으로 무참하게 죽으신 후 묻히신 무덤을 보러 갔던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주님의 천사로부터 들은 천사의 이 말은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두려움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여인들은 크게 기뻐했고 돌아오는 길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은혜를 누렸습니다. 주님께 대한 이들의 지극한 사랑이 부활하신 주님을 최초로 뵙는 영광을 누리게 했습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보답받는다는 진리를 여기서 발견합니다.



I


사도 성 바오로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에서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삶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우리가 …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3-4) 탐욕과 이기심과 시기심 등 많고도 큰 죄로 인해 죽을 운명에 처해 있던 우리의 옛 인간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써 새 인간이 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그것을 “그분과의 결합”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분처럼 죽어 그분과 결합되었다면, 부활 때에도 분명히 그리될 것입니다.”(로마 6,5) 바오로 사도의 이런 생각은 그리스도인의 확고한 믿음으로 발전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로마 6,8)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결합되었고, 그래서 죄의 지배를 받는 몸은 소멸하고 새 인간이 되는 부활의 삶을 희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I


희망은 우리 인간에게 고통과 시련을 극복할 힘이 되어 줍니다. 구약성경 안에서 이스라엘 민족은 수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 많은 고통과 시련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이집트에서의 종살이였습니다. 탈출기는 “이집트인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을 더욱 혹독하게 부렸다. 진흙을 이겨 벽돌을 만드는 고된 일과 온갖 들일 등, 모든 일을 혹독하게 시켜 그들의 삶을 쓰디쓰게 만들었다.”(탈출 1,13-14)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이스라엘 백성은 가장 큰 선물을 받습니다. 바로 파스카를 통한 이집트로부터의 탈출과 40년간 이어지는 시련의 광야 생활 때에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었고,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으로써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되는 축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고통과 시련 속에 있었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희망이 되어 주셨습니다.

고통과 시련은 인류 역사 안에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해왔습니다. 이집트에서 종살이한 이스라엘 민족에게도, 2000년 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모습으로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도 전쟁, 재난, 가난, 폭력, 억압, 그리고 여러 질병으로 인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웃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런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19,19)는 주님의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과 시련에 함께하셨던 하느님처럼, 그리고 모든 이들, 특히 병자들과 곤궁에 처해 있던 이들과 늘 함께하신 예수님처럼, 모든 이들 특히 고통받고 시련 가운데에 있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III


해마다 부활 대축일 성야의 장엄한 전례에서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부활초를 봉헌합니다. 불이 모두 꺼진 성당 제단에 홀로 밝게 빛나는 부활초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밝은 빛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내 성당의 불이 다 켜지고 나면 그렇게 밝게 보이던 부활초의 불빛도 밝은 전등불 아래 하나의 촛불이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이 바로 이렇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세상이 여러 고통과 시련, 특히 죄로 인한 어둠 속에 있을 때, 그리스도인들은 작은 촛불이지만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이들이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주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발밑을 비추어주는 등불이 됩니다. 그러다가 어둠이 걷히고 밝은 낮이 되면 겸손한 하나의 촛불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어두운 세상에는 밝은 희망이 되고, 밝은 세상에서는 겸손한 촛불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우리는 밝은 희망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중국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와 거의 전 세계로 퍼져나간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고통받거나 죽음을 당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많은 의료진들과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땀을 흘리면서 환자 치유에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시민들은 환자 치유를 위해 기부금을 보내고, 간호 장교들은 방호복 착용 때문에 얼굴에 상처가 나자 밴드를 붙이면서까지 치료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이 전염병 예방을 위한 삶의 지침을 충실히 지키고 있고, 자신에게도 부족하고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를 기꺼이 나누어줍니다. 우리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면서 세상에 예수님을 닮은 그리스도인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은 친절하고 겸손한 나눔과 희생에서 드러나는데, 우리는 바로 이 사랑을 보면서 기뻐하고 희망을 갖게 됩니다. 세상에는 밝음과 함께 어둠도 있게 되는데,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 특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면서, 사랑 안에서 변화되고 또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IV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여인들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당신 부활의 첫 증인이 된 이 여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신 것은, 갈릴래아는 당신이 복음전파를 시작하셨던 곳이자 당신이 지극히 좋아하셨던 복음 전파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서 거기서 당신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하시는 것은, 구원의 복음 선포가 시작된 이곳에서 제자들이 새로운 사명감으로 복음을 전파하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갈릴래아에 있는 11명의 나약한 제자들은 우리 주님의 부활 소식을 접하면서 발현하신 주님을 뵙게 되고, 이래서 또 한 번 새로 태어나는 은총을 누리게 되었고, 이제는 순교도 두려워하지 않는 주님의 제자들로 변모되었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부활 대축일을 맞으면서 다시 한번 새로 태어나 육적인 삶에서 영적인 삶으로 변화되어, 어둠이 많은 이 세상에 신앙과 희망과 사랑의 등불이 되도록 합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2020년 주님 부활 대축일

교구장사인

2021년 제54회 군인주일 담화문

군인주일 담화문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 16,1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54회 군인 주일을 맞이하여, 우선 국토방위에 수고하는 모든 장병들에게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그리고 군 복음화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고 있는 군종사제와 수도자, 군인 가족들, 군종교구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모든 형제, 자매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올해 2월 2일 제4대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이사야서 6장 5절 “큰일났구나.”라는 구절처럼 두렵고 떨리는 이사야의 마음으로 교구장으로서의 첫걸음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저이지만,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며, 사랑하는 모든 군종교구민들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 신앙 여정에 담대히 앞장서겠습니다. 더불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복음 선포의 사명을 군대 안에서 시대적 요구에 맞게 실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시기, 군 사목의 어려움


저는 주교 서품을 받기 전, 군종신부로 그리고 교구 총대리 신부로 오랜 기간 군종교구에서 사목해왔지만, 지금처럼 군 사목 여건이 힘든 경우는 처음 접해 봅니다. 국토방위에 최전선인 군 특성상 모든 군부대에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민간사회보다 더욱 강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군 성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수시로 강화되는 방역지침 단계에 따라 비대면으로 미사를 거행하는 실정입니다. 다행히 잠시 방역지침이 완화되어 대면 종교행사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갓 군에 입대한 신병들은 훈련 및 교육부대에서 2~3주 격리되어 예방적 관찰 기간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수녀님들과 민간 선교사님들의 부대 출입도 제한되고 있으며 군종신부들 역시 격리 기간 중에 있는 장병들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훈련병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베푸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외에 위치한 성당에는 병사들이 방문할 수 없으며, 영내에 위치한 성당이라도 주둔지가 다른 타 부대의 병사들은 미사 참석이 제한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제약들로 인한 군 사목의 어려움은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군종교구는 작년 한 해 동안 3,018명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이는 군종교구가 2014년 26,920명에게 세례를 베풀었던 것에 비하면 약 11%밖에 안 되는 수치입니다.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2티모 4,2)




포기할 수 없는 군 복음화


2020년 한 해 한국교회 전체에서 탄생한 20~24세 남성 영세자는 2,616명입니다. 이 중 2,404명이 군종교구에서 탄생한 영세자입니다.(참조: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0」) 이 수치는 군 사목이 코로나19 시대에도 여전히 한국교회의 청년 선교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줍니다. 이에 군종교구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군 복음화 사업들을 시작하였습니다. 교구 홍보국 산하 미디어 제작팀을 조직하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주일미사 및 교리 영상들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과 협력하여 장병 생활관의 IPTV에도 이러한 영상들을 탑재하였습니다. 또한 군종신부들이 신자들의 영성에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는 오디오북 클립 ‘신부의 책장’을 제작하여 네이버 오디오북에 올리고 있습니다. 군종교구는 이와 같은 활동들을 통해 비대면 시기에도 군인들이 스마트폰이나 TV 등을 통해 하느님과 교회를 접할 수 있도록 군 복음화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군 선교 협력 요청


군종교구의 일 년 예산 대부분이 군인 주일에 전국의 신자 여러분이 봉헌하는 2차 헌금에서 마련됩니다. 그리고 군종후원회원 모집 역시 군종신부들의 군인 주일 파견 홍보활동들을 통해 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번 제54회 군인 주일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군종신부들을 민간 성당에 파견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러분 모두가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주임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께 군인 주일 2차 헌금과 군종후원회 회원 모집에 함께해주시길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요청드립니다. 병사들을 돌보고 이들에게 하느님을 전하는 일은 멈출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온 교회가 선교하여야 하고 또 복음화 활동은 하느님 백성의 기본 의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참조: 「선교 교령」, 35항)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협력은 분명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이 되어 커다란 열매를 맺게 될 것이고, 그것으로 여러분도 그리스도의 지체(肢體)로써 교회의 선교사명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르 6,50)




성모님께 의탁


군종교구는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마치 복음서의 제자들이 풍랑 속 흔들리는 배 위에서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물 위를 걸어오시어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격려하셨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에 희망을 가집니다.

이에 우리는 예전처럼 군종사제, 수도자, 선교사들이 자유로이 병사들과 만나 위로하고 친교를 나누며 선교사명을 실천하게 될 날을 희망 속에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극복과 하느님의 뜻이 군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성모님께 마음 모아 기도드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거룩한 마리아,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저희 어머니시여,
저희에게 당신과 함께 믿고 바라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그분의 나라에 이르는 길을 저희에게 보여 주소서!
바다의 별이시여, 저희에게 빛을 비추어 저희의 길을 이끌어 주소서! 아멘.”

(베네딕토 16세,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50항)



2021년 10월 3일

교구장사인